문 앞의 야만인들 (Barbarians at the Gate)

이 책은 RJR 내비스코라는 대형 회사가 LBO를 추진하면서 겪게되는 위기와 몰락에 대해, 그 과정을 직접 취재했던 기자들이 소설 형식으로 엮은 극적인 기업 이야기이다.

사실, 내 눈에 띈 것은 '장난하나…?' 싶을 정도로 두꺼웠던 책 두께였는데, '뭔 책이 이렇게 두꺼워?'하고 무심코 들어서 펼쳤던 책은, 그 자리에 나를 꼼짝없이 서서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했고, 이내 엄두가 나지 않는 책 두께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특하신 책 지름신을 영접하게 하였으며, 단연컨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몰입도가 높고 책을 읽는 진행 속도가 빨랐던, 그만큼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.

LBO는 Leveraged By Out, 즉 우리말로 하자면 차입매수의 약자로, 간단히 말하면 어떤 기업체를 돈을 빌려 매수하고, 빌린 돈은 피인수 회사의 부채로 인식하여 피인수 회사가 창출하는 현금흐름과 피인수회사의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의 이자 및 원금을 상환하고, 구조조정을 통해 피인수회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면, 매수 시점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로 팔아치움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금융기법이다. 소설에서는 (물론, 실제 사건을 소설화 한 것이라, '소설에서는' 이라고 말하기도 이상하지만) RJR 내비스코의 경영진이 87년 검은 월요일에 폭락한 회사의 주가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자, 주가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엄청난 혜택을 볼 수 있는 LBO 추진을 선택하고,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과 손을 잡고 경영진이 직접 회사를 차입매수하려 한다. 하지만, 경영진이 이사회에 제시한 인수의 주당 가격이 월스트리트 큰 손들의 생각에 지나치게 못 미치자, KKR, 퍼스트 보스턴, 모건 스탠리, 드렉셀 번햄, 포스트먼 리틀 등 당시의 굵직굵직한 투자회사들이 달려들어 경영진을 누르고 회사를 가로채기 위한 전투에 띄어드는 과정과 이 사건이 빚은 결과를 생생히 보여준다.

때문에, 이 책을 통해 기업 인수를 위한 입찰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건 전개 뿐만 아니라, 월스트리트 유수의 금융기관들의 탄생부터 스타급 투자자들의 면목들, 게다가 RJ 레이놀즈라는 대형 담배회사 및 우리에게 친숙한 오레오와 리츠크래커를 브랜드로 갖고 있으며 동시에 델몬트를 자회사로 거느린 내비스코라는 식품회사의 역사까지 모두 접해 볼 수 있는, 정말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.

제목만 번드르르하게 호기심에 호소하는 경영 책들이나 처세 책은 모두 사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던 내게, 기자들의 장인정신까지 느낄 수 있게 한 - 우리나라 기자들은 받아쓰기나 하지, 어떤 굵직한 회사의 사건들에 대해 직접 취재한 일을 이렇게 세세하게 전문적인 지식과 섞어 책으로 엮을 수 있을까? - 이 책을 적극 정말 적극 추천할 수 밖에 없는데, 자주 가는 영풍문고 본점에 갔더니 이미 매대에서 퇴출당하는 분위기라  아쉽다. 아, 이 책은 경영관련 서적으로는 매우 영향력이 컸기 때문에, 동명(원제: Barbarians at the Gate)으로 영화화까지 되었는데,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은 듯 하다.

이런 류의 책을 더 접하고 싶었지만, 아무래도 이제는 원서에서 찾아야 할 듯.
아마존에서 이 책을 검색했더니, 이 책을 본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책으로 'The Smartest Guys in the Room'이란 책이 있는데, 엔론사태를 다룬 것이라 하니, 다음으로는 이 책을 구해다 봐야겠다.

by Doma | 2009/07/07 17:07 | 일상일기 | 트랙백 | 덧글(2)
트랙백 주소 : http://doma.egloos.com/tb/4183040
☞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(트랙백 보내기) [도움말]
Commented by 정현석 at 2009/09/07 17:32
안녕하세요, 저도 도마인생님 블로그에서 책을 보고 읽기 시작하였는데요..
이거 실화 아닌가요? 서문에도 그렇고 소설이라고 밝힌 부분은 제가 못 읽은 것 같던데요.
기자가 서문에 서로의 주장이 크게 다른 부분은 괄호를 이용해 이 사람은 이렇게 말했는데,
상대방인 누구는 이렇게 주장했다라고 쓰겠다고 하지 않았나요....
(물론 세부적인 행동, 대사에는 소설적 방법이 들어가 있겠지만요)

^^; 아무튼 너무 재미있는 책 소개 받고, 재미있게 읽게되어 정말 감사드립니다.
수고하시구여~
Commented by Doma at 2009/09/11 11:11
네... 소설형식을 빌렸기에 그렇게 표현을 했습니다.
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구석진 곳에서 한권만 형식상 꽂혀있는 책이 되었다는 게 좀 아쉽죠..

:         :

:

비공개 덧글



<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>